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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파란 젤리에 대한 고찰 1
    생각 2019. 8. 30. 00:03

     

     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우울에 대해 서술한 글을 본 적 있다. 비슷하면서도 각자 다른 표현을 쓴 게 기억에 남는다. 표현 자체는 기억에 남지 않았다. 내가 생각한 우울과는 또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.

     기억력이 안 좋은 것은 예전부터 그랬다. 일상생활에 필요가 없으면 가까운 친구의 이름도 까먹는다. 단어들을 잊는 횟수도 많아졌다. 시든 소설이든 같은 단어로 연이어 같은 문장을 적어내고 있었다. 그렇지만 잊어버리는 주기는 예전보단 더 짧은 것 같으나 확신은 없었다. 이마저도 잊기 때문이다.

     주의력이 약하다. 수업이 끝난 뒤 짧게 한 공지부터 친구와 얘기 도중의 이야기까지 듣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다. 떠올려보려 애써도, 새하얗게 비어있는 기억의 틈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.

     마찬가지로 집중력이 약하다. 집중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수업이나 다른 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으면 시간을 쉽게 떠나보냈다.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한정적이다. 그래서 일정한 제약이 있지 않으면 글도 쓰기 힘들 때가 많았고 마감이 있다 한들 경중에 따라 포기하고 누워버리기 일쑤였다.

     나는 내가 우울증이 있다고 늘 의심하지만 언제나 부정하곤 했다. 나는 많이 힘들지 않았고 가끔 힘들었다. 정말 하루 내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그건 그때였고 지금은 아니었다. 우울해도 웃음은 나왔고 재밌는 건 있었다. 언젠가 내가 미화한 유년기처럼 그 시절이 덜 지나가 약간의 어둠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.

     “행복하지? 행복하지 않아?”

     “우울증은 사람들이 일부러 만들어낸 병이야.”

     “네가 왜 우울해. 너보다 힘든 사람 많아.”

     여러 말들은 들어봤다. 가족관계에서 유독 저런 말들을 많이 들었고 나는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. 우울은 최대한 외면한다. 상처는 마음 구석에 몰아두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려 한다.

     나는 파란색 젤리 안에 갇혀 있는 것이다. 가끔 내가 젤리 속에 든 걸 자각하고 답답한 마음에 호흡을 원하지만, 젤리 속에 든 건 작은 플라스틱 인형이니 숨은 필요 없다. 다시 눈을 감으면 된다. 탈출은 가능할까.

   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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